아이폰X 키노트를 보면서 드는 애플의 전략에 대한 생각

2017. 9. 17. 11:42Products/iPhone and iPad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폰X 가 공개되었고,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놀라움과 가격에 대한 놀람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비싸다... 그런데 내가 한 생각은... 정말 비싼가? 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 드는 생각이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애플의 모든 제품은 비쌌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기꺼이 그들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지갑을 열었다. 지난 10년간 늘 보아왔던 현상인데 뭐가 그리 유별난지...


아이폰X 에 대한 가격을 두고, 특히 한국에서 얼마에 판매될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이폰8의 가격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반면, 한국의 소비자들은 아이폰8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기값이 매우 비싼 축에 속하는 국내시장의 이상한 특성상 과연 그 부담을 감당할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이야기거리가 될만하다.


그런데, 나는 이 키노트를 보고나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애플이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에 더 관심이 갔다.


1. 아이폰은 전에 없던 Full Line-up 을 갖추게 되었다.


4인치, 4.7인치, 5.5인치, 그리고 5.8인치까지... 가격과 성능에 따라 고객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구형제품이라고는 하지만, 디자인의 차별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진다면 얼마든지 구매할 의향을 가진 잠재고객을 유혹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애플이 아이폰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의 장점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참고로 iOS11 은 4년 전에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 2세대 제품까지 지원한다!!)


사람들은 더이상 스마트폰 디자인의 차별점을 가져가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최신제품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애플은 2014년 출시된 아이폰6 이후 아이폰8까지 거의 유사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구형제품을 구매해도 사람들이 잘 모를테니 걱정하지 말고 쓰세요~ 하는 이야기 같다.



2. 가격이 낮아졌다.


학교에서 경영전략 과목을 들으며 WTP (Willingness-To-Pay) 라낸 개념을 알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소비자 혹은 고객이 어떤 제화나 서비스에 대해서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의미다.


옛날에 버거킹에서 와퍼는 무조건 한끼 식사값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 햄버거였다. 당연히 콤보는 더 비싸다.

하지만 지금은 어마어마한 행사를 너무 자주 꾸준히 하기 때문에 3900원짜리 햄버거일 뿐이다. 그냥 그런 것들 중 하나이다.

결론적으로 WTP 는 3900원까지 떨어졌다~ 하는 이야기. 소비자는 그 이상의 가격에 의문을 가질 것이란 이야기...


뭐던간에 가장 저렴한 아이폰SE 의 가격은 349불이다. 

여전히 안드로이드 저가제품들보다는 비싸지만, 아이폰이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이 가격을 살짝 우습게 만들어준다.

그냥 이제 너도 아이폰 쓸 수 있어!!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어!! 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애플의 저개발국가에 대한 공격은 더욱 적극적이 되었다. 


아마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메이커의 마케터들은 머리아프지 않을까? 

자사 제품의 WTP 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브랜드가치가 월등히 높은 경쟁사가 더 낮추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마당에 어찌 판매해야 하나~ 하고 말이다.

엔지니어는 죽을 맛일거다. 여기서 어떻게 더 원가절감 하냐고. 드라이버 집어 던지고 싶을거다.



3. Switching cost 를 발생시킬 것이다.


일단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제품군으로 바꾸기 어렵다. 이를 Switching cost 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폰 2개, 아이패드 2개, 맥북 등 많은 애플의 제품을 사용한다. 

이것들 중 아이폰 하나가 고장났을 때 잠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스마트폰을 잠시 사용한 적이 있다. 딱 두주만 사용했다.


이전에는 애플이 그토록 강조한 Connectivity 기능으로 하나의 문자를 받으면 여러 기기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문서를 더 쉽게 공유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운영체제를 이용하면서 그게 안되는 순간 알았다. 아, 내가 애플의 노예였구나...

노예임을 알면서 그냥 주인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그 감정을 아주 짧게 느끼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냥 계속 사용할 뿐...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가격을 낮추어 소비자를 유혹하면, 나와 같은 덫에 빠질 것이다.

일단 빠지면 도망치기 쉽지 않다.


이전까지 애플의 행보를 보자. 

신제품이 나오면 과감하게 이전 제품을 단종시켰다. 

그러더니 한 두해 전부터 바로 전 모델의 가격만 낮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몽땅 남겨두고 가격을 더 낮추었다.

(그러니 이번처럼 다르게 볼 수 밖에!!)


궁극적으로 애플이 노리는 것인 이것 아닐까? 


아이폰X 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은 WTP 가 구매의 큰 장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애플과 같이 충성도가 어마어마한 고객을 가지고 있다면... 어차피 많이 팔린다. 가격 높게 잡아도 된다.

아이폰X 가 너무 비싸면 그래도 최신제품인 아이폰8 을 사라고 한다. 뭐 사겠지만... 이건 오히려 미끼일 수도 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똑같은 테크놀로지 제품이라도 오래된 디자인이니, 기왕이면 최신제품!! 뭐, 어쩔 수 없으면 아이폰8을 사던지...

그래도 비싸면, 다른거 써~ 일단 드루와~ 소프트웨어 지원은 걱정하지 말고 일단 드루와~

그마저도 돈 없으면 아이폰SE 써. 그리고 말해. 난 작은게 좋아서 이거 쓰는 것일뿐이라고. 대신 다른 4인치 제품은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어이~ 다 드루왔나? 그러면 열심히 앱스토어에서 결제해~ 그러면 다른 곳으로 못가게 우리가 쇠고랑 체워줄게.


참 놀랍고도 대단하다.

이제 아이폰X 는 그냥 아이폰 탄생 10주년의 상징성과 우리도 이런거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 더 잘만들었어~ 하는 우쭐함의 상징으로만 보인다.

하위제품(?) 들의 판매가 어떻게 이루어질지가 진짜 관전포인트다.


P.S. 전문가 아닙니다. 그냥 배운거에 기초해서 써보는 것일 뿐...